몇 년 전 영상이지만 배우 이영애의 공항 패션에서 유독 눈에 띈 목걸이가 있었다. 매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루이비통이었다. 참고로 이영애는 루이비통의 과거 앰버서더였고, 지금은 전지현·제이홉·혜인(뉴진스)·정호연·송중기 등이 그 자리를 잇고 있다. 주얼리 라인은 이들과는 또 별개의 얼굴을 쓰고 있는데, 루이비통 공식 사이트는 대표 컬렉션 '블라썸'을 두고 "하우스의 앰버서더인 아나 디 아르마스(Ana de Armas)에 의해 구현된 모노그램 플라워"라고 소개한다. 유니세프와 협업하는 '실버 락킷' 라인은 또 다른 앰버서더인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맡고 있다. 앰버서더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최근 몇 년 사이 루이비통의 주얼리 전략 자체에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브랜드가 왜 지금 주얼리에 힘을 주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제품들을 대표작으로 내세우는지 정리해본다.

브랜드 포지셔닝과 타깃 고객층 — 왜 지금 주얼리인가
루이비통이 하이주얼리 시장에 발을 들인 건 사실 꽤 오래전이다. 2012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급 보석상들이 모인 파리 방돔광장에 하이주얼리·워치 단독 매장을 열면서 이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그런데 이후 10년 가까이는 가방·패션 라인에 비해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흐름이 바뀐 데는 업계 전반의 계산이 깔려 있다. 명품 패션·잡화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주요 그룹들이 다음 성장동력을 주얼리·라이프스타일에서 찾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구찌도 2019년 하이주얼리 부티크를 열며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타깃 고객층도 명확해 보인다 — 이미 가방·의류로 브랜드를 접한 기존 고객 중, 좀 더 상위 단계 소비로 넘어가려는 이들이다.
매출 구조 — LVMH의 주얼리 베팅
루이비통의 주얼리 강화는 브랜드 하나의 결정이라기보다 LVMH그룹 전체의 전략으로 보는 게 맞다. LVMH는 불가리, 태그호이어를 먼저 인수한 데 이어, 2020년에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158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했다. 명품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 중 하나로 꼽히는 딜이다. 이 여파로 LVMH의 '워치 앤드 주얼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했으니, 루이비통의 주얼리 강화는 이 큰 그림 안에서 봐야 이해가 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루이비통이 이 흐름을 그룹의 티파니 인수보다 먼저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8년, 당시 티파니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프란체스카 앰피시어트로프를 워치&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로 데려온 거다. 그가 2021년 브랜드 200주년 기념 컬렉션 '브레이버리'를 시작으로 '딥 타임',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를 거쳐 이번 '미시카'까지 이끌어왔고, 2025년까지 이 자리를 맡았다. 몇 년 뒤 LVMH가 티파니 본체를 통째로 인수한 걸 생각하면, 루이비통이 먼저 티파니의 핵심 인재를 데려간 셈이 됐다는 게 묘하다.

유통망과 가격 정책 — 한국에서의 타임라인
한국 시장에서의 변화 시점은 꽤 뚜렷하게 짚인다.
- 2022년 11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국내 최초로 하이주얼리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아직은 시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수준이었다. 비슷한 시기 국내 단독 하이주얼리 매장 계획이 보도되며, 신세계 강남점과 갤러리아 압구정이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 2024년부터: 국내 백화점에서 VIP 고객들에게 주얼리 라인을 적극 권하고, 주얼리 팝업을 여는 등 눈에 띄게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다.
- 2026년 4월: 이번에 확인된 '루이비통 미시카(Mythica)' 컬렉션이 역대급 규모(11개 테마, 110점)로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공개됐다.
정리하면 하이주얼리 자체는 2012년부터 있었지만, 한국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만큼 전면에 등장한 건 2024년 이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대표 제품과 가격 — 실제로 뭘 파나
루이비통 주얼리는 크게 두 층위로 나뉜다. 하나는 유니크 피스로 제작되는 하이주얼리(미시카, 딥 타임 등 연례 컬렉션)이고, 다른 하나는 상시 판매되는 파인 주얼리다. 후자가 실제 소비자가 매장에서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라인이라, 공식 사이트 기준으로 대표작 몇 가지를 가격과 함께 정리했다(2026년 7월 확인 기준).
블라썸 컬렉션은 같은 1896년 모노그램 플라워를 뿌리로 컬러 블라썸, 이딜 블라썸, 그리고 최근 새로 합류한 옴브레 블라썸까지 세 라인으로 나뉜다.
- 컬러 블라썸 — 파인 주얼리 (BB 스타 펜던트 459만원, 앰버서더 아나 디 아르마스)


- 실버 락킷 — 유니세프 협업 자선 라인 (팔찌 87만원, 판매당 200달러 기부, 앰버서더 필릭스)


- 미시카 — 2026년 4월 최신 하이주얼리 (11테마, 110점, 가격 비공개)

- 버츄어시티 — 2025년 하이주얼리 (12테마, 110점, 앰피시어트로프의 마지막 작품, 가격 비공개)
다만 루이비통은 개별 제품의 매출 순위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중 무엇이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앞서 언급한 대로 각 매장 진열과 온라인 마케팅에서 가장 자주 노출된다는 점에서 대표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이딜 블라썸 펜던트'가 대표작으로 꼽혔지만, 2026년 7월 기준 공식 사이트의 블라썸 대표 라인업에서는 빠져 있어 팔찌로 대표 제품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 디자인 언어는 상시 판매되는 파인 주얼리뿐 아니라 유니크 피스인 하이주얼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LV 모노그램 스타 컷 다이아몬드'다. 1896년 조르주 루이비통이 고안한, 끝이 뾰족한 별 모양 모노그램 플라워 디자인을 현대 커팅 기술로 재해석해 53개 면을 가진 다이아몬드로 만든 것이다.
경쟁 구도 속 포지셔닝
루이비통이 진입한 하이주얼리 시장은 이미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반클리프 아펠 같은 오랜 역사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후발주자인 루이비통이나 구찌 입장에서는 매장 수나 역사로 정면 승부하기보다, 이미 확보한 앰버서더·팬덤과 브랜드 인지도를 지렛대로 쓰는 게 더 현실적인 전략이다.
까르띠에가 팬더·뱀 같은 동물 모티프나 트리니티·러브 팔찌처럼 오래된 상징으로 정체성을 쌓아왔다면, 루이비통은 가방에 쓰던 모노그램 캔버스의 유산을 보석으로 옮겨오는 방식을 택했다. 완전히 새로운 상징을 만들기보다, 130년 된 가방 헤리티지를 재활용하는 셈이다 — 이게 후발주자의 약점을 상쇄하는 나름의 방법인 것 같다. 앞서 봤던 결혼반지 시장의 성장, 그리고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는 여러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의 움직임과 겹쳐 보면, 루이비통의 이번 행보도 이 큰 흐름 위에 올라탄 거라고 볼 수 있다.
관련 글: 티파니 예물반지, 사기 전에 알아야 할 브랜드 이야기
관련 글: 루이비통, 가격 인상에도 잘 팔리는 이유
핵심 요약
- 루이비통 하이주얼리는 2012년 파리 방돔광장 단독 매장으로 시작됐지만, 한국에서 눈에 띄게 강화된 건 2024년 이후다.
- 이는 루이비통 단독 결정이 아니라 LVMH가 티파니(20조원)를 인수하는 등 그룹 차원의 전략이며, 실제로 루이비통은 2018년부터 티파니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해 이 흐름을 앞서 준비해왔다.
- 까르띠에 등 기존 강자들이 동물·전통 모티프로 정체성을 쌓아온 반면, 루이비통은 130년 된 모노그램 가방 헤리티지를 하이주얼리부터 컬러 블라썸(459만원)·이딜 블라썸(380만원) 같은 파인 주얼리 라인까지 일관된 디자인 언어로 옮겨오며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얼리 라인은 앰버서더 아나 디 아르마스를 앞세워 알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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