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나 티파니, 불가리처럼 매출 수천억~수조원대를 오가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로에베는 확실히 다른 체급에 있다. 그런데도 배우 송강이 앰버서더를 맡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한 명품"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걸 보면 로에베가 노리는 지점이 다른 브랜드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로에베코리아 법인 기준으로 이 브랜드의 위치를 짚어본다.


브랜드 포지셔닝과 타깃 고객층
로에베는 원래 로로피아나나 브루넬로 쿠치넬리처럼 40~50대 이상에게 어울리는 조용한 럭셔리 이미지의 브랜드였다. 흐름이 바뀐 건 2013년 조나단 앤더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부터다. 퍼즐백, 해먹백, 게이트백 같은 잇백을 잇달아 내놓고 지브리·루이스 웨인 같은 위트 있는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면서, 로고 없이도 알아보는 사람은 알아보는 "디자인 중심" 브랜드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변화 때문에 로에베의 타깃을 단순히 "30대 여성" 또는 "40대 남성"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별보다는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기준이 되는 브랜드에 가깝다. 로고보다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우선시하고, 유행에는 밝지만 대중적인 로고 플레이는 부담스러워하는 20대 후반~30대 소비자층이 핵심으로 보인다. 앰버서더 이력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 현아를 시작으로, 2022~2023년 NMIXX, 2023~2024년 태용(NCT)까지 이어진 라인업은 하나같이 개성 있고 실험적인 이미지의 인물들이었다. 2025년 11월부터는 배우 송강이 새 앰버서더를 맡고 있는데, 그 역시 스위트홈·마이 데몬 등에서 보여준 독특한 캐릭터 해석으로 알려진 배우다. 2025년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로 떠나고 프로엔자 스쿨러 출신의 잭 맥콜로·라자로 에르난데스 듀오가 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브랜드는 또 한 번 방향을 조정하는 국면에 있다.
매출 구조와 성장 추이
로에베코리아의 매출 규모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 비교하면 확실히 작다. 2024년 매출은 4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2023년 매출은 341억원(전년 대비 24.2%↑)이었고, 2022년에는 274억원이었다. 3년 연속 20%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절대 규모로 보면 티파니코리아(4,504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고 불가리코리아(5,741억원)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 크다.

영업이익도 흥미롭다. 2022년에는 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가 2023년 14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2024년에는 약 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 자체는 아직 크지 않은 편이다.
유통망과 가격 정책
로에베는 국내에서 매장 수를 넓히기보다 자리를 재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롯데백화점 본점(해외 패션 전문관)과 잠실점, 신세계 사우스시티 명품관 등 주요 지점에 입점해 있는 반면, 인천 지역 매장은 2024년 철수했다. 특정 백화점에서는 로에베가 "재입점을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 목록에 오를 정도로, 확장보다는 선택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에 가깝다.


유통 구조 자체도 꽤 복잡한 길을 거쳐왔다. 2000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처음 매장을 열 당시 수입사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었다. 이후 자체 법인으로 직진출을 시도했지만 영업 부진을 겪었고, 2013년부터 다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손잡았다가 2016년부터는 코오롱FnC로 유통사를 옮겨 국내 사업을 전개했다. 그러다 2021년경 LVMH가 다시 직접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금의 로에베코리아 유한회사가 자리 잡았다.
이런 로컬 파트너와 직진출 사이의 오르내림은 명품 업계에서 드물지 않은 패턴이다. 신규 시장 진입 초기에는 현지 백화점 관계와 소비자 이해도를 가진 로컬 파트너가 유리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브랜드가 자리를 잡으면 본사가 수수료 대신 마진을 직접 가져가려 직진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명품 시장이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하면서 LVMH·리치몬트 등 주요 그룹들이 투자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직진출을 늘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초기 직진출이 부진하면 로에베처럼 다시 로컬 파트너 체제로 돌아가기도 한다. 로에베가 유독 이런 전환을 여러 차례 거쳤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에서 브랜드 입지가 다른 명품들만큼 확고하게 자리 잡지는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격 정책에서 눈여겨볼 변화도 있다. 2026년 초부터 LVMH 정책에 따라 로에베는 로로피아나와 함께 백화점 VIP 카드 10%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래 할인이 적용되던 브랜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할인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자체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매출 규모는 아직 작지만, 가격 정책만큼은 상위 브랜드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로에베의 앰버서더 전략은 세대와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인물을 기용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5년 11월 발탁된 송강은 올해 4월 발행된 '엘르 코리아' 5월호에서 로에베와 함께 화보를 선보였다. 파리의 한 저택을 배경으로 로에베 2026 파울라 이비자 캡슐 컬렉션을 착용한 이 화보는, 전역 후 첫 공식 매거진 커버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앞선 앰버서더였던 태용의 경우, 군 복무 중이던 시기에 오히려 그를 메인으로 내세운 캠페인을 진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타의 부재중에도 화제성을 유지하는 이례적인 마케팅 방식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로에베는 셀럽의 팬덤과 화제성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다른 명품처럼 여러 카테고리(패션·뷰티·주얼리)로 앰버서더를 세분화하기보다는 패션 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쟁 구도 속 포지셔닝
로에베는 같은 LVMH 산하에서도 셀린느, 로로피아나 같은 브랜드들과 비슷한 체급으로 묶인다. 셀린느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033억원을 기록해 로에베코리아(421억원)보다 훨씬 크고, 로로피아나는 VIP 할인 정책을 로에베와 함께 적용받을 만큼 상위 등급으로 취급되고 있다. 로에베 입장에서는 매출 규모로 정면 승부하기보다, "디자인과 공예성을 알아보는 소비자"라는 좁지만 확실한 포지션을 지키는 전략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조나단 앤더슨→잭 맥콜로·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이 포지셔닝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프로엔자 스쿨러 출신 듀오가 가진 미국 다운타운 감성이 로에베 특유의 공예 중심 이미지와 어떻게 결합될지에 따라, 브랜드가 지금의 젊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유지할지 다시 조정될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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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로에베코리아는 2024년 매출 421억원(전년비 24%↑)으로 3년 연속 성장세지만, 절대 규모는 다른 명품 브랜드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 타깃은 특정 연령·성별보다 "로고보다 디자인과 공예성을 우선하는 20대 후반~30대 취향층"에 가까우며, 현아·NMIXX·태용·송강으로 이어진 파격적인 앰버서더 라인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 2026년 VIP 카드 할인 제외 등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가격 정책은 프리미엄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가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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